사십대 중반의 케냐인 안과의사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를 만나려면 대통령도 며칠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유명한 의사였다. 그럼에도 그런 강촌에서 전염성 풍토병 환자들을
아무렇지 않게 만지며 치료하고 있었다. 궁금해진 내가 물었다.
"당신은 아주 유명한 의사이면서 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이런 험한 곳에서 일하고 있어요?"
그러자 이 친구, 어금니가 모두 보일 정도로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과 재능을
돈 버는 데만 쓰는 건 너무 아깝잖아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일이 내 가슴을 몹시 뛰게 하기 때문이에요."
- 한비야의《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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