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영민 엄마)가 어머니 학교에 등록했습니다.
지난 목요일부터 내일 일요일(6/5)까지 4일간입니다.
오늘 숙제는 남편 발을 씻겨주고 남편의 느낌을 글로 써야 한다고 합니다.
발 씻김 대신에 머리를 깎아준 소감을 후딱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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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마누라가 머리를 깎아준다.
짧은 순간이지만 깊은 잠에 푹 빠진다.
꿈속에서
어머니의 무릎을 베게 삼아 누워 있으면
머리를 만져주시던 어머니의 포근한 손을 만난다.
마누라는 깎아주기 싫다고 가끔 투덜거린다.
26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았으니 그럴 법도 하다.
그러다가 보기 흉하다고 머리 깎자고 먼저 나선다.
날카로운 가위를 손에 쥐고
앞치마를 두를 때는 섬뜩한 공포(?) 분위기를 느끼지만
싹둑싹둑 가위 소리를 들으면
기차길 옆 오막살이 아기처럼 잠에 푹 빠진다.
마누라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만났음에
라면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을까 오만걱정을 다 했다.
그리고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부부간 따뜻한 사랑에
하나님의 조그마한 시기(?)심인지
깎을 머리 숫자가 점점 적어진다.
그렇다고,
잇몸이 없다고 고기를 먹지 못하는가?
가발을 쓰고라도
어머니의 사랑을
마누라의 사랑을 느끼며
머리를 맡길 것이다.
남편 숙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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