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고향을 떠나 낯설고 말도 통하지 않는 미국에 이민을 왔다. 정신을 차릴 여유도 없이 밤낮으로 일만 열심히 했고 아이들이 장성하고 돌아보니 노후 준비 없이 세월만 훌쩍 지나갔다. 평생 일한 대가로 은퇴자산은 조금 마련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뚜렷한 방법이 없다. 여기에 은행 이자는 1%도 되지 않는다. 은퇴 생활이 2, 30년이라는 긴 세월이 될 수도 있는데 말이다.
은퇴한 후 부부가 죽을 때까지 생활해야 하는 소중한 목돈이다. 주식투자에 대해서 아는 바도 없고, 투자하면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크다. 투자가 안전하면서 돈이 불어나는 투자가 무엇인지를 찾아본다. 투자자 대부분의 공통된 심정일 것이다. 이런 투자자의 절박한 심정을 금융 회사는 잘 알고 있다. 이런 금융상품이 보험회사가 판매하는 어뉴이티(Annuity)이다.
재정설계사나 보험인은 어뉴이티를 이렇게 설명한다.
원금이 보장되는 어뉴이티는 독특한 특성이 있다. 주식시장의 인덱스가 상승할 경우 그에 비례해서 수익을 내다가 하락 시에는 원금 보장으로 상승한 총액을 원금으로 묶어 두는 것이다. 상승 시에는 수익을 보존하고 하락 시에는 수익 상승분을 포함한 불어난 원금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런 달콤한 유혹에 투자자는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그야말로 ‘투자의 만병통치약’이기 때문이다.
투자하는 것을 도와주는 사람을 영어로 직접 표현하면 ‘Financial Advisor’, ‘Investment Advisor’, 등으로 말한다. 요즘에는 보험상품을 취급하는 보험인도 ‘재정설계사’라고 말한다. 보험 판매인(Insurance Agent)이라고 소개하면 투자에 관해서 의논하지 않기 때문이다. 명칭에 관한 특별한 규제도 없기에 너도나도 재정설계사라고 소개한다.
현재 주식 브로커와 보험 에이전트 100%는 고객의 이익을 우선해서 일해야 한다는 법적인 요구가 없다. 일반인이 금융상품이나 투자 결정할 때 제일 먼저 기억해야 하는 것은 ‘신용의무 법(Fiduciary)’이다. 일반인에게 익숙한 말은 아니지만 “투자를 도와주는 사람은 법적으로 투자자의 이익”을 우선해서 일해야 한다는 법이다.
신용의무가 있다고 해도 재정설계사가 얼마나 성의껏 신용의무를 준수하느냐는 재정설계사 각자에게 달려있다. 하물며 처음부터 신용의무가 없는 재정설계사가 여러분의 이익을 먼저 고려해서 투자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 말할 수 있다. 평생 모은 소중한 자산을 어뉴이티와 같은 금융상품에 투자하기 전 심사숙고해야 하는 이유이다.
투자에 만병통치약 같은 달콤한 유혹을 잠시 떠나서 생각해 보자. 원금보다 적어질 위험은 전혀 없고 주식시장이 상승하면 나의 투자 돈도 증가한다. 그렇다면 왜 투자 위험을 감수하며 주식, 채권, 부동산, 뮤추얼 펀드, 등에 투자할까? 모든 금융회사도 이렇게 좋은 투자에 투자하지 않고 고객에게 어뉴이티를 파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투자는 투자경비가 부과된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런데 어뉴이티를 파는 사람은 수수료(Commission)와 매년 부과하는 비용에 대해서 자세히 언급하지 않는다. 자세히 언급하면 투자자가 절대 사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나는 오늘 어뉴이티에 투자할 것이다’고 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어뉴이티를 파는 사람의 말에 설득돼서 투자한다. 이래서 ‘어뉴이티는 사는 상품이 아니라 파는 상품’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코로나 때문에 보험 판매인이 개인 투자자를 만나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인덱스 어뉴이티의 판매가 작년 2분기와 올해 2분기를 비교하면 $38 billion에서 $28.2 billion으로 26%나 감소(MassMutual, Athene bid $3 billion for insurer, Leslie Scism, WSJ, Oct. 2, 2020)한 것이다. 공짜로 점심이나 저녁을 제공하며 투자자를 모아서 어뉴이티를 파는 기회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에 이민 와서 자식들 키우며 정신없이 산 이민 일 세대, 금융 지식이 많지 않은 사람을 이용해서 원금이 보장되며 주식시장 수익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무지개 뒤에 숨어있는 사실을 알아야 하는데 일반인에겐 어려운 숙제다. “너무 듣기 좋은 말은 사실이 아니다(Too good to be true)”라는 말을 믿으시기 바란다. 10/5/2020
이명덕, Ph.D., Registered Investment Adviser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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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billionsfinance.tistory.com/ [이명덕 박사의 재정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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