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업자득

살아가는 이야기 2009. 9. 2. 00:24 posted by Mike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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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를 학교로 보내기 위해 디트로이트 공항에 갔습니다. 짐 부치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아이의 엄마와 동생은 공항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공항 밖에서 차와 함께 기다리고 있습니다. 많은 아이가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공황으로 옵니다. 아쉬운 작별들을 합니다.

헤어질 때 저렇게 아쉬워하면서 같이 있을 때는 머리에 뚜껑(?)이 여러 번씩 열렸다 닫혔다 합니다. 남의 집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집 이야기입니다. 집에 와서도 이번에는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는 아내도 셀 (Cell) 전화를 계속해서 만지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조그마한 사연이 있습니다.
20년 전에 태어나 하루 동안 병원에 있은 후 건강하게 퇴원했습니다. 이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는 그저 손가락 열개, 발가락 열개, 그저 있을 것만 가지고 나오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그 소원이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무슨 기도를 했는지 모르게 편안하게 다 잊었습니다.

기쁜 마음은 아이가 어릴 때뿐입니다. 아이의 머리가 커갈수록 부모 마음, 아니 부모의 욕심은 더욱더 커집니다. 자꾸 이것저것 아이에게 강요합니다. 옆집 아이와 자꾸 비교합니다. 비교하는 아이들은 주로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아이들입니다. 동생을 잘 보살피라고 합니다. 심지어는 누구는 너보다 나이도 어린데 더 어른스럽다고 윽박지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아이는 옆집 부모와 자기 아빠, 엄마를 비교하지 않습니다. 부부싸움을 신 나게 해도 사이좋게 지내라고 지겨운 잔소리도 안 합니다. 아빠 나이보다도 더 젊은 사람이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는데 아빠는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고 비교도 안 하고 아예 말할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압박과 시련 속에서 지냈는지 대학교는 집에서 가능한 먼 곳으로 가겠답니다. 동부에 있는 학교는 안 간다고 합니다. 이유는 하루에 올 수 있는 운전거리이기 때문이랍니다. 서부에 있는 학교를 신청했습니다. 떨어졌습니다. 이제는 자기도 할 수 없이 미시간 대학으로 갈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어떤 분은 아이들을 잘 튀기는 “공”이라고 합니다.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 직업(?)병으로 아이들은 “주식 (Stock)” 이라고 말합니다. 도대체 “주식”이란 놈은 언제, 어느 방향으로 갈지 전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번은 틀림없다고 생각한 “주식”이 역시 엉뚱한 방향으로 튀었습니다. 텍사스에 있는 라이스(Rice) 대학으로 갔습니다. 참고로 운전해서 꼬박 이틀이 걸린다고 매우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다른 때도 이렇게 친절 좀 해라” 한마디 하려다 그만둡니다.

그럭저럭 1년 동안 학교에 다녔습니다. 이번에는 텍사스에 가서 아이가 “더위”를 먹었는지 한국을 가겠다고 합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바람 쐬러 간답니다”. 여기에 자기 엄마가 한마디 합니다. “아니 이 넓은 미국땅에 바람이 안 불어서 한국까지 가서 바람 쐬느냐고” 되묻습니다.

그에 대해 이렇다 할 대꾸도 없이 한국으로 갔습니다. 강원도 강릉에 있는 초등학교에 가서 영어를 가르쳤습니다. 선생님으로 인기가 “짱”이었다고 합니다. "안 봐도 비디오"입니다. 숙제 한 번도 내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시험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점수는 무조건 다 “100점” 주었답니다.

강릉 바닷가에는 바람 한 점 없는지 미국으로 다시 왔습니다. 오랜만에 책 좀 보겠다고 합니다. 정말로 오랜만에 학교를 열심히 다닙니다. 전에는 자명종(Alarm Clock) 세 개가 동시에 소리를 내도 안 일어나던 녀석이 꼬박꼬박 일찍 일어납니다. 정말 해가 서쪽에서 뜰 일입니다.

엄마도 기분이 좋아 묻습니다. “요즘 우리 아들 공부에 취미가 붙었나 보네? 학교도 일찍 가고?” 아들이 말합니다. 학교는 일찍 가야지만 Gym에서 하고자 하는 운동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어쩐지 “무언가 이상하다” 생각했습니다. 참으로 불규칙한 것이 너무나도 규칙적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학교 갔다 집에 들어오면서 가슴이 아프다고 합니다. 계속 아프다고 합니다. 속으로 생각합니다. “이그!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운동만 하니 저 모양이지” “임마! 역기를 열심히 들다 보면 갈비뼈가 아플 수 있어, 무슨 짝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가슴이 왜 아파!” 그러니 “오늘 밤 두고 보고 계속 아프면 내일 아침 병원에 가면 돼"라고 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계속 아프다고 합니다.  “저 엄살!” 조금 심하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Doctor’s Office도착, X-Ray 찍고, 결과를 보자마자, 병원 응급실 연락해 놓았으니 바로 병원으로 가랍니다. 이유는 한쪽 허파 (Lung)가 완전히 주저앉은 (Collapse) 것입니다.  

응급실에서 허파를 일으키는 시술을 바로 받았습니다.  그리고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경과를 지켜보며 내일모레면 퇴원할 수 있다는 말을 서너 번씩 들으면서, 마음 역시 오르락내리락 했습니다.  자기가 태어난 병원에서, 태어 났을 때는 단지 하루 만에 퇴원했는데 20년 후에는 건장한 녀석이 다시 들어와 거의 한 달을 병원에 있었습니다.            

20년 전 했던 기도를 같은 장소에서 다시 합니다. 그래도 양심은 조금 있어서 한 가지 더 추가합니다. 이번에는 기도한 것 다시는 잊지 않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병원에 있는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비행기 타는 것 조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담당 의사선생님은 괜찮다고 했지만 말입니다.

많은 생각이 지나갑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생각해 봅니다.

하나님을 생각합니다.
괜스레 기분이 "짠"해집니다.

병원에 있는 동안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도 생각합니다.
커다란 수술을 하지 않는 치료방법을 택하여 주신 김준기, 장현식, 이춘길 장로님,
많은 기도와 방문을 해 주신 이종형, 김영철, 윤여희목사님,
그리고 교회 형제, 자매님들,

20년 이상 된 형제 같은 미시간 친구들, 15년 넘게 함께 한 테니스 동우회 분들을 생각해 보는데---

마침내 잘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이제야 영민 엄마가 전화기를 내려놓습니다.

막내, 영민이는 잔소리가 좀 심합니다.
누구(?)한테 배운 것 같습니다

낮에 조금 어두운 것 같아 화장실에 불을 켜면 에너지 (Energy) 소비한다고 합니다.
면도할 때 물을 틀고 하면
3초마다 아이들이 "아프리카에선 물이 없어 죽는다."라고 잔소리합니다.

시어머니가 따로 없습니다.        
모든 것이---
자업자득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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