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카해 그리고 사랑해

살아가는 이야기 2009. 11. 30. 11:48 posted by Mike Lee

교회에서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주일예배를 드린 후 많은 한인교회가 그러하듯 점심식사가 있습니다. 어느날 어떠한 일로 조금 늦은 식사를 하는 도중 앞 테이블에 한 초등학교 여학생이 혼자서 아주 복스럽게 국밥을 먹는 것을 유심히 쳐다보다 그 학생 테이블로 갔습니다.

 

한국말을 아주 잘 합니다. 자기는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중 아빠 회사일로 미국으로 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곳에 많은 친구가 없기에 어제는 한국에 있는 친구와 많은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많이 했냐고 물으니 세상사는(?) 이야기, 끝말잇기를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저에게 질문합니다.  

 

아이: 끝말잇기에서 이 단어를 말하면 다 죽습니다. 이 단어는 무엇입니까?

: ???

아이: '해질녘' 입니다.

 

또 다른 질문을 합니다.

아이: ‘자로 끝나는 말은 무엇이 있을까요?

: ???

아이: 힌트 줄께요. 어른들이 가장 많이 쓰는 말.

: ?????

아이: 청소해, 샤워해, 숙제해, 정리해, 답답해, 알아서 해, 빨리 해, 무조건 해, 공부 해, 공부 더 해---

 

"고 녀석 참 맹랑하네 생각하며" 같이 웃었습니다. 그 후로 만날 때 마다 하이파이브(High-Five)를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아이의 부모를 처음 만났습니다.

 

아이에 대해서 말했습니다.

밥 먹는 것을 보았는데, 참으로 복스럽게 먹길래 한참 보다가 말을 하고 친구가 되었다고


부모가 말합니다.

집에서 밥 먹을 때 여자애가 얌전치 못하다고 항상 주의를 주었다고


제가 말합니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고, 아이가 참으로 영특하고 붙임성 있고 얼마나 좋은지는 같이 사는 부모도 모를 때가 있다고

 

몇 주가 지난 후, 아이의 부모가 말합니다.

지난번 아이에 대한 이야기 너무 고맙다고 합니다. 처음으로 나온 교회, 많이 서먹서먹하고, 주일날 아침마다 교회를 갈까말까 했었다고 합니다. 한 분이라도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이 있어서 고마웠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특징과 칭찬의 말을 기회가 되는 대로 부모에게 말했습니다. 새로 나온 가족 아이들에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이것이 아이가 가르쳐 준 나의 할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스승이란 말이 꼭 맞는 말입니다.

 

몇 명의 아이들이 안 보입니다. 친구들에게 묻습니다. 마지막 총정리하러 학원에 갔다고 합니다. 한국 대치동 학원가가 머리를 스칩니다. 미국에 사는 아이들까지도?

 

안타까운 마음에 조금 급하게 명문대에 대해서 언급한 것입니다. 한번쯤 부모님들이 학교에 대해서 여유를 가지시고 생각해 보자는 뜻 이었습니다. 지난번에 올린 명문대 안 보내기제목이 명문대 꼭 가야하나로 했더라면 하는 마음입니다.

 

한가지 더 설명합니다.
지난번에 자업자득에서 언급한 대로 저의 아이는 지금 라이스(Rice) 대학교를 다닙니다. 아이비리그 학교에는 원서를 한 군데도 넣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미시간에 있는 학교로 가리라 생각했습니다. 진정 공부를 더 하고 싶으면 좋은 대학원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미시간학교와 사립학교의 등록금 차이는 본인이 알아서 한다는데 부모가 할 말이 없었습니다. 미시간에서는 라이스대학 다닌다고 하면, “아니 왠 요리학교?” 합니다.

가고자 하는 길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길이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귀여운 친구가 벌써 대학교를 졸업하는 숙녀가 되었습니다.

오랫 동안 생각한 자로 끝나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추카해 그리고 사랑해


 







*추카해 오타가 아닙니다. 아이들이 쓰는 말입니다.